뉴스국

복(福)은 베풂에서 온다

박언용 기자 | 기사입력 2024/09/25 [16:41]

복(福)은 베풂에서 온다

박언용 기자 | 입력 : 2024/09/25 [16:41]

▲     © 뉴스국 이미지 무단 복제 및 재사용 금지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이 민정 시찰을 나갔습니다. 

그는 조용히 백성들의 사는 모습을 살폈습니다. 

 

그렇게 시찰에 몰두하다 그만 날이 어두워 

산중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수발하던 시종무관이 

 

"전하! 송구하오나 산길을 잘못 든 듯싶습니다." 

 

"이를 어쩐다" 

 

"전하 저쪽을 보시지요. 

산골짜기의 한가운데 집 한 채가 보입니다. 

우선 저곳에서 하루 묵어갈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어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여라" 

 

성종은 이리저리 헤매든 길에, 날도 

저문 데다 급기야 배까지 고파왔습니다. 

 

"이보시오. 주인장 하룻밤 묵어갈 수 있겠소? 

길 가는 나그네인데 그만 길을 잃었소" 

 

"죄송하지만 보시다시피 방이 한 칸밖에 없습니다. 

누추하지만 이런 곳에서 쉬실 수 있을는지요?"

 

"그렇게 해주시다면야 감사할 따름이지요" 

 

잠행을 수행하던 시종무관이 급히 성종에게 

달려와 귓가에 대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지내시면 될 듯하옵니다." 

 

"어 그래 그거 참 잘 되었구나" 

 

성종이 집 앞에 다다르자 젊은 사내가 

부엌에서 메밀죽을 쑤고 있었습니다. 

성종이 주변을 살피며 말했습니다. 

 

"거 이보시오. 메밀죽 한 그릇만 얻어먹을 수 있겠소?" 

 

그러자 사내가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네 당연히 대접해 드려야지요." 

 

그러더니, 김이 무럭무럭 나는 메밀죽 

한 사발을 떠서 상을 내왔습니다. 

하도 먹음직스러워, 성종이 얼른 한입 

떠먹으려 하자 사내가 급히 만류했습니다. 

 

"나으리 시장하시더라도 조금만 참으십시오. 

먼저 드릴 사람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하면서 병석에 누운 어머니한테 먼저 

메밀죽을 올린 후 성종에게 내어주었습니다.

 

산길을 헤매다 배가 출출하던 차에다 

얼마나 죽맛이 좋았던지 성종은 

그 자리에서 메밀죽 한 사발을 금세 

다 먹어치웠습니다. 

 

그런 뒤 또 한 사발 갖다 주는 걸 맛있게 먹고, 

또 한 사발 먹고 이렇게 내리 세 사발을 먹고 

나서야 배가 불러왔습니다. 

 

"거참 메밀죽 한번 잘 먹었소! 

내 이렇게 맛있는 메밀 죽은 생전 처음이오!" 

 

배가 든든해지고 나서 보니, 

그동안 사내는 한 숟갈도 먹지 못하고 

윗목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주인장은 왜 아무것도 안 드시오?" 

 

"배가 불러 괜찮습니다." 

 

성종이 화장실을 가는 척하고는 밖을 나와 

몰래 부엌을 들여다보니 메밀죽을 끓이던 

가마솥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성종은 사내의 마음가짐에 짐짓 

놀라며 감탄했습니다. 

 

"거 참 미안하오 내가 배가 고픈 나머지 

그대의 저녁까지 몽땅 빼앗아 먹었구려"

 

" 아닙니다. 소인은 사실 메밀묵을 쑤기 

전에 이미 허기를 채웠습니다." 

 

성종은 다시 한번 사내의 마음 

씀씀이에 감복했습니다. 

 

"실례이오만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시오?" 

 

"성은 이 가고 이름은 덕수라고 합니다." 

 

"이 가면 나하고 성이 같으니 우리 

의형제를 맺는 게 어떻겠소?" 

 

"나리 좋을 대로 하시지요." 

 

"그럼 내가 그대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이니 

형을 하고 댁은 아우를 하면 될 듯싶소. 어떻소?" 

 

"네 좋습니다." 

 

이렇게 사내와 성종 임금은 의형제를 

맺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성종이 그 집을 떠나면서 

사내에게 말했습니다. 

 

"덕수 내 이 은혜는 언제든 꼭 갚을 걸세!"

 

"네. 형님! 무슨 은혜를 거 가요. 

지나다 배고프시면 언제든 들리시구려" 

 

그렇게 덕수와 성종은 헤어졌습니다. 

 

그런 후 며칠이 지나자 덕수의 어머니 

병세가 더욱더 깊어졌습니다. 

그는 어머니를 모시고 읍내에 한 약방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소요약재가 값이 너무 비싸서 구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덕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를 

간호하는 데에 만 힘을 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빨간 옷을 입은 지체 높은 

양반이 덕수의 집을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여봐라. 걔 아무도 없느냐?" 

 

밖에서 소리가 들리자 덕수가 

방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하인 

몇을 데리고 서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뉘신대, 저를 찾으십니까? 

 

"그래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네. 덕수라고 하옵니다만, 뉘신대 

이런 누추한 곳까지 저를 찾아오셨는지요!" 

 

"내가 집을 맞게 찾아왔구나! 

자, 안으로 좀 들어가자! 

나는 이 나라의 어의(御醫)이니라." 

 

어의라는 말에 덕수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런데 어찌 어의께서 이런 곳까지..." 

 

"임금님께서 보내셨느니라. 

메밀묵 얻어먹은 형님이라고 말하면 

알아들을 거라 하셨느니라" 

 

그제야 덕수는 메밀묵 형님이 이 나라 

임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의의 치료를 받은 어머니는 병세가 

완연히 좋아졌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집 안에서 장작을 패던 

덕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눈앞에 용포를 입은 성종 임금님이 떡 하고 

서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우 있는가? 내 메밀묵 3그릇 

값을 갚으러 왔네" 

 

"아이고 형님! 아니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덕수는 성종으로부터 후한 상을 내려받아 

평생 넉넉하게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근원이 깨끗하고 후덕하면 그 인생 

흐름도 깨끗하고 복 받는 법입니다. 

근원이 흐리고 탁하면 그 흐름도 

흐리고 탁해집니다. 

 

사물의 모든 것은 근본을 바르게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명언 

유인정(留人情)이면 후래(後來)에 

호상견(好相見)이니라 

(모든 일에 인자하고 따뜻한 정을 

남겨두면 뒷날 서로 좋은 낯으로 

보게 된다.' 

-명심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