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은 필연적으로 불안을 일으킨다.
예측되지 않은 일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어떤 물질이 정상 궤도에서 이탈해, 정처 없이 떠도는 상태로, 인간이 느끼는 가장 근원적인 두려움 중 하나일 것이다.
조선시대 유배가 어떤 이들에겐 두려움을 일으키는, 즉 혼돈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사뭇 흥미롭다.
얼마 전 끝난 마산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이야기다.
마산도서관은 8월 21일부터 10월 23일까지, 유배지에서 꽃 피운 학문이라는 주제로 유배를 떠난 다산 정약용 등 조선시대 선각자들을 두 달 동안 총 10회에 걸쳐 심층적으로 다뤘다.
유배 환경을 학문으로 극복한 이들의 정신과 자세를 배우기 위해 남양주 다산 정약용 생가와 화개정원 내 연산군 유배지 탐방도 2회에 걸쳐 다녀왔다.
옛 선각자들의 발자취를 현지에서 생생한 해설을 통해 느껴보는 건 현장 수업의 또 다른 묘미다.
이제는 고전이 된, 피터 위어 감독의 2010년작, 영화 웨이백(The way back)은 1940년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탈출한 7명의 수감자의 자유를 향한 장장 6,500km, 대 탈출기를 다룬다. 슬라보미르 라비치 저자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시대 상황과 역사적 배경이 달라 단순 비교를 하기는 어렵지만 자유를 찾아 떠나는 수감자들의 탈출기에서는 역경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두드러진다면, 조선시대 옛 선각자들은 유배라는 척박한 환경을 또 다른 기회로 삼아, 학문에서 걸작을 만들어 내는 지혜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사업으로 2013년 처음 시작, 올해 12년째 전국 각지에서 인문학 부흥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참여자들로부터 살아있는 현장 수업 등으로 좋은 평가가 잇달았던 이번 마산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은, 혼돈을 대하는 자세와 그것을 직면하고 지혜롭게 활용했던 옛 선각자들의 이야기를 마치 우리에게 아래의 질문처럼 되묻는 듯하다.
혹시 혼돈의 상황에 직면한 이들이 또 있는가? 이제는 당신들도 우리처럼 새로운 길을 나설 때다라고 말이다.
이번 주말에는 도서관에 가서 조선시대 선각자들의 유배사와 유배문학을 기록한 책들을 읽고, 이후 영화 웨이백을 보면서, 직접 비교해 보는 즐거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뉴스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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