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마련한 ‘제주4·3 국제특별전 및 심포지엄’이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현지 한국학 전문가, 역사·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현지 언론인 및 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제주4·3의 세계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진실과 화해에 관한 기록’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제주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유럽에 4·3기록물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기획됐다.
제주도와 제주 4·3평화재단이 주최하고 국가유산청이 후원한 이 행사는 지난 4월부터 국가유산청과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준비됐다.
준비 과정에서는 연세대학교 문정인 교수와 박명림 교수를 비롯한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 자문위원, 제주대학교 교수진 등으로 구성된 전담팀(TF)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3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현대 세계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영국과 독일에서 특별전과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행사의 효과적인 홍보를 위한 세부 전략도 함께 논의했다.
제주도는 행사 개최에 앞서 현지인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장소 섭외와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주독일 및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 SOAS 런던대학교와 긴밀히 협력했다.
현지 국회의원과 세계적 석학들을 행사에 초청했으며, 현지 언론과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홍보 활동을 펼쳤다. 또한 외교단과 한인사회의 참여를 독려하고, 번역된 보도자료를 현지 특파원에게 제공하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4·3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했다.
특별전은 제주4·3의 역사적 맥락과 현대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전시는 4·3의 연대기를 통해 동서 현대사 속에서 제주4·3 발생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현기영의 <순이삼촌>,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등 4·3 관련 문학 작품을 전시해 문학을 통해 본 4·3의 의미를 전달했다.
과거사 해결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은 패널, 영상, 사진, 4·3피해조사서 등 기록물 복제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했다. 이를 통해 현지인들에게 비극적 역사와 기억 보존의 중요성, 제주4·3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유해 발굴 현장인 다랑쉬굴과 비설 조형물의 전시는 4·3의 실상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강력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4·3 관련 영상을 제작해 현지인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또한, 동백나무 모양의 메시지 벽(Message Wall)을 설치해 참관객들이 직접 희망의 메시지를 남길 수 있게 했다.
개막식에서는 김애숙 정무부지사의 개회사와 함께 독일에서는 임상범 주 독일 대한민국 대사, 독일연방의회 외교위원회 위원인 토비아스 바헐레(Tobias B. Bacherle)가 축사를 했다. 영국에서는 김시운 주영국 대한민국 공사, 권오덕 대한노인회 영국지회 명예회장이 축사를 통해 제주4·3의 역사적 의미와 화해의 상생 정신을 공유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작가 한강의 4․3 소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함께 전시돼 현지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많은 관람객들이 제주 방문단에게 한강 작가의 수상 축하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 것은 한강의 소설 내용과 유사한 아픔을 겪은 제주4·3유족회 문혜형 할머니의 증언이었다. 문 할머니는 75년 전 대구형무소에서 수감됐다가 6·25전쟁 중 행방불명된 아버지 고(故) 문순현 씨가 남긴 편지를 소개했다.딸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이 편지는 형무소 수감 중 배우자에게 보냈던 것으로, 4·3기록물의 일부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신청에 포함됐다.
개막 공연으로 독일에서 활동 중인 제주 출신 성악가 부종배, 제주 출신 작곡가 겸 모던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현지 바이올리니스트와 플루티스트 문석환 학생의 무대가 마련돼 4·3특별전의 의미를 더했다.
심포지엄에서는 국제 평화 전문가와 현지 저명 학자들이 참석해 4·3의 세계사적 가치와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의미를 국제적 시각에서 조명하는 학술의 장이 됐다.
14일 독일 심포지엄은 2021년 제주4·3평화상 수상자인 댄 스미스(Dan Smith) 스톡홀롬 국제평화연구소장(SIPRI)의 기조연설로 시작됐다. 이은정 베를린자유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베르너 페니히 베를린자유대 교수, 플로리안 펠킹 보훔대 교수 등 독일학자들과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박명림 연세대 교수, 유철인 제주대 교수가 참석했다. 이들은 4·3의 역사적 배경, 4·3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의미, 평화를 위한 진실 규명의 중요성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16일 영국 심포지엄에서는 임소진 영국 센트럴 랭커셔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오웬 밀러(Owen Miller) SOAS 런던대학교 교수, 니콜라이 온셴(Nikolai Johnsen) SOAS 런던대학교 연구원, 권헌익 캠브리지대 교수 등 영국 학자들과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 박명림 연세대 교수, 유철인 제주대 교수가 함께했다. 4·3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의미와 더불어 4·3의 트라우마 해결 노력, 다크 투어리즘 등 다양한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양국 참가자들은 제주4·3 갈등 해결 과정이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며,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심포지엄 중간 휴식시간에는 제주 특산물로 만든 다과가 제공돼 참가자들의 제주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이는 학술적 논의와 함께 제주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기회가 됐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현지 기자, 캠브리지, SOAS대학교 등 현지 대학생들이 제주4·3의 역사적 의미와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대해 심도 있는 질문을 이어갔다. 독일과 영국 현지 특파원 등 언론들도 직접 인터뷰와 취재를 진행하며 제주 4·3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종민 4·3평화재단 이사장과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에서 4·3의 세계적 가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4·3기록물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제주인들이 화해와 상생을 통해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맥을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이번 유럽 특별전을 계기로 제주4․3의 갈등 해결 과정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국제적 공감대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제주도와 평화재단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4·3의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후속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10월 제주4·3평화포럼, 11월 국제4·3인권 심포지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홍보캠페인, 12월 사진전 등을 통해 4·3을 한국을 넘어 세계적 역사로 발돋움시킬 계획이다.
또한 제주4·3과 한강의 소설을 연계한 국제 문학 세미나 개최, 소설 속 유적지를 연계한 투어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문학과 역사의 관점에서 제주4·3의 의미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그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아울러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방침이다. 문화재청과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와의 업무 협의를 진행하면서, 유네스코 관련 회의에 수시로 대표단을 파견해 심사 동향을 면밀히 파악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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